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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통폐합 연구의 필요성과 미래 방향(김택형, 한국교육개발원)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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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국교육행정학회 뉴스레터 제162호(2025-10월호)에 시론으로 기고된 글입니다.





  올해는 1995년 5월 31일의 교육개혁, 즉 ‘5.31 교육개혁’으로 불리는 교육분야의 ‘대개혁’이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이번 2025 한국교육행정학회 연차학술대회의 주제도 ‘교육개혁의 궤적과 미래: 5.31 이후, 현 정부 교육개혁의 길을 조망하다’로 다양한 교육 분야에 대한 정책적 점검과 더불어 ‘대학 설립준칙주의’에 대한 평가(장덕호, 2025)와 ‘대학 통폐합’에 대한 실증연구 가능성(김택형, 2025)과 같은 고등교육에 관한 다수의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5.31 교육개혁에서 천명된 대학 설립준칙주의는 그간 한국 고등교육기관의 양적 팽창을 가속시킨 근본 원리로 알려져 있다. 이는 1995년부터 현재까지 대학(이하, 일반대의 경우)의 수는 26.4%, 학생 수는 40.4%로 증가한 것에서 이러한 고등교육의 양적 팽창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대학 수는 정체되기 시작하였으며, 학생 수는 2012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이러한 학생 수의 하락 추세는 2012년을 기준으로 현재와 비교할 때 일반대(-15.9%)와 전문대(-36.1%) 공통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많은 연구자들이-이제는 ‘상식’이자 ‘이미 도래한 미래’가 되어버린-학령인구 감소를 예견하면서 고등교육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이라는 경고를 반복적으로 던져왔다(반상진 외, 2013; 강병운, 2005).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교육의 위기는 수도권 보다는 지방의 대학(이길재 외, 2021)에서, 일반대 보다는 전문대(강경종 외, 2022)에서, 국공립대 보다는 사립대(이명애, 2023)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는 차등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특히, 2021년대부터 반복적으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사라진다’는 ‘벚꽃 엔딩’이 뉴스 기사를 장식하면서 이제는 지역 대학의 붕괴가 현실화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역 소멸도 가시화 되고 있다. 2000년 이후 실제 폐교에 이른 대학은 22곳으로(손현경, 2024), 대학의 폐교가 지역 경제나 지역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문만철, 2021; 고창수, 2023; 이종관, 2018). 반면 동일 기간 동안 이루어진 대학 통폐합 사례는 총 32건(총 64개의 대학)으로 숫자 상으로는 더 많은 대학이 통폐합되었으나, 관련된 연구는 주로 개별 사례의 통폐합 과정에 대한 질적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 역대 정부에는 1990년대 말부터 이미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줄기차게 도입해 왔으며, 그에 따라 여러 대학의 폐교 및 통폐합이 이루어졌다(교육부, 1998; 교육인적자원부, 2004; 교육과학기술부, 2011; 교육부, 2014). 또한 최근에는 글로컬대학 30사업이 시행되면서 해당 사업에 신청한 총 108개 대학 중 27개의 대학(약 25%)이 통합을 전제로 신청한 바 있다(교육부, 2023). 본지정 대학 중에서 실제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대학은 강원대+강릉원주대, 충북대+한국교통대, 부산대+부산교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원광대+원광보건대, 창원대+경남도립거창대+경남도립남해대, 목포대+전남도립대 등으로 안동대+경북도립대는 2025년 국립경국대로, 강원대+강릉원주대는 2026년 강원대로, 부산대+부산교대는 2027년 부산대로 통합되었거나 통합이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통합 승인이 보류되었거나(충북대+한국교통대), 통합 논의가 무산된 사례(충남대+한밭대) 뿐만 아니라 이미 통폐합이 이뤄진 여러 대학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 간 통폐합은 양 대학 및 소재 지역을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으며 진행되어 왔으며, 이는 지금까지의 대학 통폐합 관련 연구가 주로 통폐합 ‘과정’을 중심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인식’에 초점을 맞춘 것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만큼 통폐합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인식과 갈등의 관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지식이 대학 통폐합을 원활하게 진행시키는데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대학 통폐합이 이론적으로는 고등교육 자원의 효율화, 규모의 경제 확보, 지역 차원의 고등교육 거점 형성이라는 방안으로 제시되었지만, 현실에서는 대학 간 이해관계, 통합대학명을 둘러싼 갈등, 캠퍼스 소재지 문제, 학생·동문·지역주민의 민원, 지자체의 우려가 한꺼번에 얽히면서 충반한 추진 동력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글로컬 대학 30 사업은 –본래 대학 통폐합을 유도하는 사업은 아니었으나- 대학으로 하여금 글로컬 대학 선정에 수반되는 재정적 인센티브를 기대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학령인구감소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학 통폐합에 나서게 한 것은 분명하다. 이미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어 대학 통폐합 작업이 완성되었거나 진행 중인 대학 이외에도 향후 ‘생존’을 위해 스스로 대학 통폐합 논의 이미 시작한 대학이 상당수 확인된 바 있으며, 국립목포대와 국립순천대의 경우 이미 글로컬 대학 사업에 선정 이후 대학 통폐합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동향은 앞으로 고등교육 기관의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암시하고 있으며 이를 원활하게 대비하기 위한 대학 통폐합과 관련된 보다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학 통폐합이 이루어진 대학들의 신입생 경쟁률의 상승이나 충원율이 충분히 확보되었는지, 대학 간 통폐합의 여파로 이루어진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졌으며 이후 조직의 효율성이 달성되었는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후 교원의 연구 성과나 교육 프로그램의 질 제고를 통한 교육성과(예를 들어, 취업률)가 증대하였는지 등에 대한 실제적인 ‘증거’(evidence)의 확보는 향후 대학 통폐합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제기에 대한 응답의 근거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대학 통폐합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어떠한 요건들이 필요할까? 첫째, 고등교육 데이터에 대한 표준화가 필요하다. 고등교육의 대표적인 통계자료는 한국교육개발원이 수집·배포하는 교육기본통계의 일부인 대학통계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8개의 기관으로부터 제공된 대학 관련 데이터를 통합 공시하는 대학알리미 데이터가 있다. 전자는 시계열이 긴(1964-2024년) 장점이 있으나, 고등교육 기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으며, 후자는 재정, 교원, 교육과정, 학생지원, 취업 등 세부 항목이 많아 통폐합 전후의 운영 변화를 탐색하기에 좋으나, 대학정보공시가 2008년부터 시작됨에 따라 장기간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 또한 두 데이터는 대학 통폐합에 따른 실질적 ‘동일 대학’에 대한 공통 식별자(common ID)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시말해, 대학코드는 존재하지만 A대학과 B대학이 C대학으로 통합되었을 때에는 이 세 대학이 사실상 ‘동일 대학’임을 연구자가 직접 지정해 주어야 비로소 통합 전 대학과 통합 후 대학을 잇는 분석단위를 구성할 수 있다. 둘째, 대학별로 통폐합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다중 처리 시점(staggered treatment timings)에 적합한 연구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최근 이중차분법(DID), 사건연구(event study), 합성통제법(sythetic control method) 등의 여러 준실험연구 방법론에서 이러한 다중 처리 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및 통계 패키지가 제안되고 있다(Callaway and Sant’Anna, 2021; Sun and Abraham, 2021; Imai et al., 2023). 셋째, 대학 통폐합에 따른 기존의 충원률, 재정, 교원 확보율과 같은 대학 내의 성과지표 뿐만 아니라 통합에 투입된 예산, 잉여 캠퍼스 처리비용, 갈등관리 비용도 함께 수집하고 공개함으로써 비용-편익 분석에 따른 정책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통합의 유형(대학의 설립, 학제, 통합방식 등)과 통폐합 되는 대학의 조건과 맥락(지역 등)에 따른 통폐합의 효과를 면밀히 구분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모든 대학 통폐합이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통폐합 되는 대학의 여건과 맥락에 따라 대학 통폐합의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학 통폐합은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명확하게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와 현재와 미래에 벌어지고 있는 ‘실제’ 사이에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이다.


  학령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중차대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학 통폐합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방법(양적연구, 질적연구, 혼합연구 등)을 동원하여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학술적으로 엄밀하고 정책적으로 실용적인 연구결과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 활발한 논의와 후속 연구를 통해 많은 연구자, 대학, 정책당국은 대학 통폐합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켜야 하며, 향후 대학 통폐합을 비롯한 고등교육 구조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에 대한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강경종, 김종우, 김종욱, 김선태, 주홍석, 홍은선(2022). 학령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한 전문대학의 발전적 구조개혁 방안 연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강병운(2005).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 구조개혁 방향과 과제.교육행정학연구,23(2), 421-446.

교육과학기술부(2011.4) 국립대학 구조개혁 계획.

교육부(1998.12). 국립대학 구조조정 계획.

교육부(2023). 2026년까지 글로컬대학 30곳 지정…학교당 5년간 1000억원 지원. 정책브리핑.

교육부(2023.4). 「글로컬대학 30」추진방안. 교육부

교육인적자원부(2004).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 구조개혁 방안.

김택형(2025). 대학 통폐합이 대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 연구 수행에서의 이슈  2025 한국교육행정학회 연차학술대회. 서울. 고려대학교.

반상진, 신현석, 노명순, 조영재, 박민정, 김영상(2013).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정원 조정 및 대학구조개혁 대책 연구.교육정치학연구,20(4), 189-211.

손현경(2024). 2000년 이후 폐교 대학 22곳…“2040년 지방대 절반 문 닫을 것”. 이투데이. 2024.2.12. https://www.etoday.co.kr/news/view/2329779

이길재, 조성은, 김지선, 박태양(2021). 지방대학 위기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고찰.교육행정학연구,39(4), 85-106.

이명애(2023). 지방소멸이 지역대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경남지역을 중심으로.인문사회과학연구,24(1), 43-44.

장덕호(2025). 5.31 교육개혁과 대학 설립준칙주의: 종합평가와 정책적 함의. 2025 한국교육행정학회 연차학술대회. 서울. 고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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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i, K., Kim, I. S., & Wang, E. H. (2023). Matching methods for causal inference with time‐series cross‐sectional data.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67(3), 587-605.

Sun, L., & Abraham, S. (2021). Estimating dynamic treatment effects in event studies with heterogeneous treatment effects. Journal of Econometrics, 225(2), 175-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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